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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al Log] CJ제일제당이 호주에서 치킨을 '직접 만드는' 진짜 이유

Signal Log

by zyunss 2025. 7. 1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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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의 현지 생산 전략은 K-푸드가 더 이상 '특별한 날의 이국적 음식'이 아니라 '일상의 데일리 푸드'로 자리 잡으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낯선 마트에서 '엄마의 맛'을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아는 제품'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낯선 공간 속에서 익숙한 나의 세계, 나의 정체성과 마주하는 감각적 경험에 가깝죠. 마치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우연히 동향 사람을 만나 모국어로 대화를 시작할 때의 안도감처럼 말입니다.


최근 호주 최대 대형마트 울워스(Woolworths)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치킨'이 입점했다는 소식, 단순히 'K-치킨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라는 뉴스 한 줄로 요약하기엔, 그 안에 담긴 맥락과 감정이 훨씬 더 풍부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현지 생산이라는 키워드입니다.

 

왜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닌, '현지에서 만드는' 것일까요?


CJ제일제당 비비고의 글로벌 K-푸드 라인업. 냉동만두, 김, 햇반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다양한 제품들.
이미지 출처: 비비고

🎯물류를 넘어선 '데일리 푸드' 포지셔닝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2019년 3조 1540억 원에서 2023년 5조 3861억 원으로 4년간 70% 이상 성장했습니다. 2024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49.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현지 생산' 전략입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2023년 '비비고 왕교자'를 시작으로 찐만두, 썰은 배추김치까지 호주 현지 생산 품목을 늘려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K-푸드의 대표주자 '치킨'까지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죠.


미국에서 비비고 만두의 B2C 시장 점유율은 2019년 7.8%에서 2024년 2분기 44.5%로 급성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류비 절감 차원을 넘어섭니다. 현지 생산을 통해 갓 만든 신선한 제품을 가장 맛있는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호주 소비자들의 입맛과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갖게 됩니다.


물론 이는 단순한 효율성 추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출시된 현지 맞춤형 제품들을 보면, 더 깊은 전략적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세 명의 남녀가 식탁에서 비비고 음식을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 한 여성은 음식에 소스를 뿌리고 있으며, 이미지 한 켠에는 'Live Life To The Yummiest'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미지 출처: 비비고

🍗현지화를 통한 '맛'의 재정의

이번에 출시된 제품이 '양념맛'과 '소이허니맛' 두 가지로, 소스를 별도 포장해 기호에 맞게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디테일은 명확한 현지화 전략의 산물입니다. 만두의 경우, 고기 대신 야채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비비고 야채만두'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호주에서는 울워스에 이어 콜스, IGA에 입점하는 성과를 이루며 현지 주요 유통업체 매장 수의 80%에서 비비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K-푸드가 더 이상 특별한 날 먹는 '이국적인 음식(Exotic Food)'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일상 식탁에 오르는 '데일리 푸드(Daily Food)'로 자리 잡으려 한다는 시그널로 읽힙니다.


🌏 글로컬라이제이션 vs 경쟁사 전략

이러한 CJ제일제당의 접근법은 경쟁사들과 흥미로운 대조를 이룹니다. 삼양식품의 경우 전체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전략을 취하면서도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현지화 제품(태국의 '마라 불닭볶음면', 중국의 '불닭소스 완탕면'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농심은 미국에 2005년부터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비용 부담으로 제3공장 건설을 보류하고 대신 국내 수출전용 공장 건설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오뚜기는 19년 만에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9%대에 머물며 현지 생산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이는 단순히 '우리 것을 알린다'는 1차원적 목표를 넘어, '그들의 문화 속으로 스며든다'는 고차원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비비고는 더 이상 한국에서 온 낯선 브랜드가 아니라, 호주 마트에서 언제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내 식탁 위에서도 자연스러운 브랜드가 되길 원하는 것입니다.


호주산 닭가슴살로 만들어진 비비고의 프라이드 치킨 제품. 왼쪽은 빨간색으로 강조된 스위트 앤 스파이시 맛, 오른쪽은 노란색으로 강조된 소이 허니 소스 맛이다.
이미지 출처: CJ제일제당

 

결국 CJ제일제당의 호주 치킨 상륙 작전은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문화가 어떻게 경계를 넘고, 현지에 뿌리내리는 가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 연구입니다.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기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자막의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들며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것처럼, 이제 K-푸드는 '한식'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보편적인 '맛있는 음식'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낯선 땅의 마트에서 만난 비비고 치킨 한 봉지는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위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치맥' 문화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신선한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K-푸드의 진정한 세계화는 결국 '현지에서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그곳의 물로 반죽되어, 그곳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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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콘텐츠는 브랜드나 제휴사로부터 협찬받지 않았으며, 관찰자로서 느낀 감정과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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